부부 싸움의 숨은 의도
결혼 초 부부 싸움은 그 이면에 다음과 같은 숨은 좋은 의도가 있습니다. 당신의 어떤 성향 및 행동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라 마음이 불편하다. 이런 나의 불만이 해소되면 당신을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아는 불만 표현 방법은 이렇게 소리 지르며 감정을 표현하는 게 모두이다. 우리 부부 관계가 더 좋아지길 바라며 내가 아는 유일한 방식으로 불만을 표현하겠다. 부부 싸움은 건강한 가족관계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이렇게 좋은 의도를 살리고 성공적인 부부 싸움을 하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학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타인의 경험이 정답은 아니지만 참고하시길 바라며 썰을 풀어봅니다.
미루지 말 것
분쟁거리가 있으면 바로 즉시 이야기 해야 합니다. 바로 즉시 얘기하지 않으면 불만이 누적되게 됩니다. 계속 누적되면 나중에 별거 아닌 걸로 폭발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루지 말고 즉시 얘기 해야 합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시간이 지나더라도 없던 일로 하지 말고 꼭 얘기해야 합니다.
이런 것까지 얘기하면 좀스럽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은 것도 쪽팔림을 각오하고 얘기해야 합니다. 말로 하기 힘든 거면 편지나 문자로 라도 얘기하세요. 잔돈으로 풀어야지, 목돈 만들면 골치 아파집니다. 제가 이런 경우가 많았는데 이걸 지키지 못하면 다음 2번 사항에서 문제가 됩니다.
현재 얘기만 할 것
현재 일어난 문제만 이야기하세요. 반드시 지금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만 대화를 해야 합니다. "담배 안 피기로 해 놓고 왜 담배 피워?" 이렇게 얘기하는 배우자에게 "당신도 살 뺀다고 치킨 안 먹기로 해놓고 어제 먹었잖아"라고 되묻는다면 정신연령 10대 미만의 대화방식이고, 초등학생 수준의 유치한 물타기 전법입니다. 그런 대화는 반칙패입니다. 현재의 문제만 얘기해야 합니다.
며칠 전 다른 문제로 감정이 누적되어 있다가, 사소한 문제로 충돌해서 싸우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며칠 전 문제를 갑자기 들고 나와서 말싸움이 어이없게 번지기도 합니다. 초등학생 때 한참 뭔가로 말다툼하다가 뜬금없이 "우리 집에 금송아지 있다. 너네 집엔 있냐?" 이거하고 같은 겁니다. 지금 발생한 문제가 아닌, 다른 과거의 문젯거리를 끄집어낸다면 싸움은 끝없이 커집니다. 과거에 배우자가 실수한 거, 잘못한 거 등 미해결 된 감정을 지금 다시 들고 나와서 떠들기 시작하는 건 절대금지입니다. 그 얘긴 따로 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시어머니가 이렇고 저렇고~" 불만 얘기하는데 그럼 "장모님은 이랬지 않냐?" 혹은 "결혼 때 혼수가 어쩌고 저쩌고~" 등의 과거 얘기가 나오면, 국지전이 세계대전으로 번지는 살아있는 지옥을 경험하시게 될 것입니다. 꼭 지금 문제가 된 것만 주제로 이야기하시길 바랍니다.
부부 싸움의 승자
부부 싸움의 승자를 구분하는 법. 부부 싸움의 승자를 구분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승자를 구분한다는 표현보다, 부부 싸움에서 더 문제가 많은 배우자가 누구인지 아는 법으로 불러도 됩니다. 그게 뭐냐면... 두둥 부부 싸움에서 마지막 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부부간 말다툼에서 마지막 말을 하는 사람이 부부관계를 파탄으로 만들 여지가 많은 배우자입니다. 즉 마지막 말을 안 하면 그 사람이 승자입니다.
마지막 말을 안 하면 답답해 미칠 거 같아도 하지 마세요. 둘이서 계속 말을 주고받으면 싸움은 끝이 안 나고 감정이 더 폭발하게 됩니다. 한 10년 뒤에 그 상황을 뒤돌아본다면 별거 아닌 걸 알게 될 겁니다. 마지막 말을 참으세요. 가정이 천국이 되면서 당신이 승리자가 됩니다.
둘만의 합의점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서 싸우는 경우 반드시 결과가 도출돼야 합니다. "혼수를 적게 했네", "시부모님이 어떻네", "동서가 나한테 이랬네" 이런 거 말고, 주로 싸우는 이유가 되는 경제, 청소, 식사, 육아, 아이들 교육, 각자의 취미 등 문제는 둘 간의 합의가 꼭 필요합니다.
꼼꼼하게 책임과 한도, 범위와 횟수등을 둘이 정하지 않으면 싸움이 반복됩니다. 한번 싸울 때 유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 꼼꼼히 범위를 명확하게 둘이 합의하세요. 이거만 잘 합의하면 덜 싸우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합의된 내용은 수정도 가능함을 서로 인지해야 합니다.
욕구 표현법
올바른 방법으로 이야기하세요.
제일 어렵지만 제일 중요한 것입니다. I(자기중심) 표현법 혹은 내 욕구 표현법. 요즘 각처에서 많이 얘기하는 훌륭한 표현법입니다. 이 방법은 상대의 행동에 대해 "이래라저래라"라고 제어하려는 말투가 아닌 내가 원하는 욕구를 표현하는 말투를 의미합니다. 그럼 왜 이렇게 얘기해야 하냐... 상대방 행동을 제어하려는 말투로 표현하면, 억지로 해야 하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나빠집니다. 스피커, 차, 카메라 등을 기변 하려는 남편에게 "여보 돈 좀 아껴 써라" 혹은 "그거 사지 마!"는 상대의 행동을 제어하는 표현입니다.
이걸 내 욕구 표현으로 바꿔 말하면 "여보 난 돈을 저축하고 싶어", "그러니 그걸 안사면 좋겠어"가 되겠죠. "아들아 핸드폰 좀 그만 보고 숙제해라"는 "나는 숙제하는 너를 보고 싶다" 혹은 "나는 핸드폰 때문에 네가 숙제 안 할까 봐 걱정된다", "숙제부터 하면 내가 안심되겠다"로 표현할 수 있겠죠.
평소에 사용하는 말투가 아니고 문어체에 가깝기 때문에 어색하기도 하겠지만 필히 익혀야 할 스킬입니다. 애매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보다, 상황을 명확하게 묘사해서 표현해야 합니다. 남편이 양말을 벗어서 대충 던져둔 상황입니다. "양말을 그기다 그렇게 벗어두면 어떡해!"보다는 "당신! 양말을 벗어서 거실에 두었어?"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기다 그렇게"는 애매한 표현입니다.
"일을 그딴 식으로 밖에 못해"라는 말에 "그딴 식"이란 표현도 애매한 표현입니다. "국 맛이 왜 이렇지?"라는 표현은 국 맛이 짠 건지 싱거운 건지, 뭐가 문제인 건지 애매합니다. 그냥 듣는 사람 기분 나쁘라는 표현방법입니다. "당신은 왜 항상 그 모양인 거야?"라는 말에 "그 모양"이 뭔지도 애매한 표현입니다. 그리고 "항상"이라는 표현에 대한 것도 정말 한순간도 빠지지 않고 그랬을까요? "또 그러냐?"는 말에 "또" 도 별로 추천할만한 표현은 아닙니다. "또"라고 하면 앞에 수십 번 반복했다는 의미도 포함되기에 비추입니다. 잘못된 예를 들 수 있는 수많은 말들이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NVC" 혹은 "비폭력대화"를 검색하시면 됩니다. 아주 조금만 신경 쓰면 위의 말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려면 문어체에 가깝기 때문에 말이 꼬이기도 하고 힘들기도 합니다만 싸움을 적게 하고, 싸움을 빨리 끝내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NVC" 혹은 "비폭력대화"에 대한 습득을 강추드립니다.
진심 어린 사과
부부 싸움의 진정한 승자가 되기 이 역시 어렵지만 간단합니다. 그것은 바로 두둥... 진심으로 사과하면 됩니다. 초등학생들 정신 수준에선 "미안해"라고 사과하는 것을 "분하다. 내가 졌다"와 동일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못합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힘 있게 마음에 와닿는 말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말 "미안하다"입니다.
싸운 뒤 어느 정도 감정이 좀 정리된 후, 상대 배우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면 됩니다. 진심 어린 사과가 어려운 이유는, 내면의 인격이 성인일 경우만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내적인 자아가 성인이 아닌 경우는, 진심 어린 미안하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질 않습니다. 물론 억지로 대충 "미안해" 혹은 빈정대는 듯한 "미안해"라고 말한 경우는 듣는 사람 배우자가 알죠.
그럴 경우는 또 싸우는 거죠. 기분 좋을 때 사랑한다고 말하긴 쉽습니다. 하지만 싸운 뒤 기분 안 좋을 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기는 정말로 어렵습니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면 본인의 정신연령이 높아지면서, 부부 싸움의 진정한 승자가 됩니다.
기타 참고할 말들
하면 안 되는 말들 몇 가지. 단지 말싸움을 이기고자 하는 초등학생스러운 욕구로 함부로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일반화
"세상(동네) 사람들한테 다물어봐." "세상 다른 남자(여자, 부인, 남편, 며느리, 사위 등)들은 다 그렇게 생각 안 해." 이런 식으로 자기주장을 일반화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과연 다 물어볼 수 있습니까? 모든 세상 사람이 자기 생각과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은 불필요한 말입니다.
책임오버
예전에 축구선수 기성룡이 이런 트윗을 했었죠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 아들한테 구구단을 외우라고 했는데 "답답하면 아빠가 외워"라고 말을 합니다. 배우자가 어떤 불만을 얘기했는데, 거기에 대고 "답답하면 직접 해", "그렇게 잘 아는데 직접 하지 왜 나한테 말해?" 이렇게 얘기했다간 더 싸움 납니다. 이런 말들은 불필요한 말입니다.
부부싸움 결론
부부 싸움에는 정답이 없는 거 잘 압니다. 신혼 초 엄청 싸웠던 괴로운 경험이 지나고 보니 나름 노하우가 된 거 같아 누군가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까 하여 적어 봤습니다. 부부 싸움은 그냥 지나가는 말싸움이 아닙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싸움을 해야지 계속 변화 없이 말싸움을 한다면 결과는 법원서류 생성입니다. 결혼은 군대와 같은 거 같습니다.
참으면 만기 제대하고, 못 참으면 탈영하는 곳.